이만나 작가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에서의 낯선 경험과, 내면의 심리를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와 기법으로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밀도를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나갑니다.
이번 신작들은 ‘먼 봄(The Distant Spring)’이라는 타이틀 아래 작가로서 현실 속에 처한 상황과 자신의 심리상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현실과 바람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 뒤에 찾아올 봄은 따뜻함으로 다가오겠지만, 그 시간까지 견뎌야 하는 현실은 설렘이 아닌 아득하고도 먼, 괴리감마저 들게 하는 기다림의 순간일 수 있습니다. 인고의 시간 이후에 만나게 될 봄은 얼마나 희망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화사한 봄이 될지 우리를 꿈꾸게 합니다.
작가노트 : 먼 봄_ The Distant Spring
겨울이 시작할 무렵, 아직 멀리 있는 봄을 그리려 마음먹고 몇 점 안 되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느새 두 번의 봄이 지나갔다. 언제부터인가 봄은 항상 멀리 있다.
몇 해 전, 봄이 오기 전에 끝내려 했던 “긴 겨울” 작업을 겨울이 가고 봄을 지나 여름의 문턱에서야 완성했을때, 이미 가버린 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었다. 추운 북향 작업실에도 이젠 거스를 수 없는 온기가 가득한데도 여전히 잔뜩 움츠린 채로, 다음엔 꼭 봄을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겨울이 혹독할수록 더 봄을 갈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 길었던 겨울의 여파 때문인지, 내게 봄은 항상 아득하게 느껴진다. 기억 속의 화사한 봄과 막상 경험하는 현실의 봄도 괴리가 있다. 안갯속의 풍경도 그 짙음의 정도가 미세먼지 수치와 연동할 경우 더 이상 낭만적이지만은 않듯, 우리가 기다리는 그 봄은 이제 기억 속 어디 먼 곳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꽃 피는 화사한 봄은 아직 저 강 건 너, 혹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 저 너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