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랑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고(故) 이두식(1947~2013) 화백의 회고전 《다시 만난 "축제"-표현·색·추상..그 너머》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초현실주의 연작 ‘생의 기원’에서부터 오방색의 역동적 에너지로 가득한 대표 연작 ‘잔칫날(Festival)’, 그리고 만년의 담백한 ‘심상’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에 걸친 작가의 회화 세계를 조명합니다. 전시 제목 ‘다시 만난 축제’는 이두식 화백이 25년 넘게 천착해온 대표 연작 ‘축제’, ‘잔칫날(Festival)’에서 가져온 것으로, 갑작스러운 작고 이후 시간이 멈춘 듯했던 그의 예술 세계를 다시 만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제 ‘표현·색·추상..그 너머’는 작가의 마지막 전시였던 홍익대 현대미술관의 정년퇴임 기념전 ‘이두식과 표현·색·추상’(2013)을 계승하면서 그 너머의 시간, 즉 사후 재조명이라는 회고전의 의미를 더한 것입니다.
이두식의 회화 세계는 크게 세 시기로 나뉩니다. 제1기(1968~1975)는 앵포르멜과 기하학적 추상이 결합된 초기 실험의 시기이며, 제2기(1975~1987)는 ‘생의 기원’이라는 제목 아래 초현실주의적이면서도 극사실적인 기법으로 원초적 본능을 표출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제3기(1988~2013)는 구상과 추상이 혼재하는 가운데 강렬한 오방색과 거침없는 운필로 채워진 ‘축제’ / ‘잔칫날’ 연작의 시기로, 작가 예술의 절정기에 해당합니다.
작가는 우리나라 관혼상제 문화에서 사용되는 화려한 기물들의 원색에서 영감을 얻어, 외세의 침략과 내전을 겪은 고난의 민족이지만 잔치문화만큼은 어느 나라보다도 화려한 풍습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현대인의 위축된 마음을 즐거움과 기쁨으로 위로하고자 원색을 과감하게 쓰는 뜨거운 추상 작업을 전개했으며, 이것이 세계적 보편성에 다가가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특히 작가는 “언짢은 기분, 술을 마신 상태, 몸이 아프거나 불쾌하면 절대 붓을 들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켰는데,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에게 좋은 기분과 영감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매일 모든 일을 끝내고 정신이 맑은 새벽에 명상을 한 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그의 루틴이었으며, “생전에 만점(萬點)의 작품을 그린다”는 것이 그의 목표였습니다. 2011년부터는 ‘잔칫날’에서 색을 과감히 뺀 ‘심상’ 시리즈를 통해 맑고 담백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본 전시에서는 이러한 전 시기의 작품을 아우르며, 작가의 예술적 궤적 전체를 조망합니다.
이두식 화백과 선화랑의 인연은 1988년 선미술상 수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를 기념하는 전시를 시작으로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작고 1년전인 2012년에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인연의 연장선 위에서, 작가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자리입니다. 본 전시는 이두식 화백의 회화 세계를 시기별·주제별로 조망하는 구성으로, 초기 ‘생의 기원’ 시리즈부터 대표작 '축제', ‘잔칫날’ 연작, 후기 ‘심상’ 시리즈, 드로잉 작품 총 60점을 선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