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국내 화단은 모노크롬을 중심으로 한 제도권 미술과 민중미술을 중심으로 한 비제도권 미술이, 그리고 여기에 전위를 표방하는 제3의 미술 지대가 첨예하게 맞섰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 와중에 현대미술의 세례를 받은 작가 김정수는 입체미술과 전위예술 그리고 비구상 작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 미술 현장에 일원으로 합류한다는 포부를 안고 1980년대 초 도불을 감행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여전히 평면이 대세였다. 여기에 작가는 현대 문명을 대변하는 TV며 폐기된 PC를 소재로 한 문명 비판적인 평면작업으로 호평을 받았고, 활동한지 3년 만에 프랑스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렇게 반쯤 프랑스인으로 살아도 좋겠거니 했다. 그러던 차에 전시 협의를 위해 국내에 들렀다가 지나는 길에 우연히 김수희의 <애모>를 처음 듣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 정보가 새겨져 있음을 절감한다.

작가의 그림은 진달래꽃을 매개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이고, 기억 저편으로부터 그 그리움을 소환하는 것이며, 생전(그리고 어쩌면 사후에서마저도 여전한) 어머니의 축복을 오마주한 것이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동시에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기도 할 것이다. 더불어 그 어머니는 부재하면서 존재하는, 어쩌면 저마다의 마음속에 고이 간직된 그리움의 원형이며 존재의 원형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