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예술 속 상징에 담긴 영혼
런던 도시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신화
선화랑에서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파토 보시치(Pato Bosich)의 첫 한국 개인전을 개최한다. <마술적 균형 Magical Equilibrium :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것, 꿈의 풍경과 영혼의 상징적 지형을 가로질러"> 주제로 오랜 기간 준비하고 기획한 이번 전시는 현재 홍익대학교 교수이자 소더비 영국 인스티튜트 학장을 역임한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과 맥킨지와 소더비 출신의 영국 아트 기획자이자 아트 어드바이저로 활동 중인 클레어 맥캐슬린 브라운(Clair McCaslin-Brown)이 참여하였다. 이번 전시는 총 3개 전시실로 구성되며, 회화 22점과 드로잉 46점을 선보인다.
◆ 고대 예술 속 상징에 담긴 작가의 영혼
영국 현대 예술가 파토 보시치(Pato Bosich)는 더 넓은 예술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18세의 나이에 홀로 세상을 떠난 모험가이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현대 예술가이며, 고대 유물과 고전 회화를 사랑하는 고대 예술 애호가이다. 남미의 뿌리, 자신이 탐험한 유럽의 기억, 영국의 현재, 고대 예술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 만의 독특하고 유희적인 관점을 화면 속에 제시한다.
가만히 서서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역동적이고 가득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저 멈춰 있는 한 장면이 아니라,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그 찰나를 포착한 듯한 생동감 넘치는 장면으로, 곧이어 여남은 이야기들이 물밀듯이 쏟아져내릴 것만 같은 감상을 준다.
◆ 런던 도시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신화
다시 찬찬히 작품을 살펴보면 익숙하면서도 친근하고, 반면에 환상적이고 신화적인 작품의 여러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고대 성과 탑, 상징적 동물들, 런던 도시 풍경, 칠레의 자연, 신화적 인물들, 작가의 스튜디오와 같이 실제와 상상이 결합되고 융합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탄생한다. 보시치는 자신의 작품 하나 하나가 한 편의 마술적 시(magical poem)와도 같다고 말한다.
작가의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고전 예술과 현대 예술의 조우' 라고 할 수 있다. 보시치는 런던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아시리아, 메소아메리카,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등의 유물 컬렉션과 고전 회화 속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가의 스튜디오, 말, 영웅 등의 상징 요소는 작품의 스토리를 구성하면서 동시에 직접 여러 나라를 탐험하면서 세상을 탐구해 온 작가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은 환상 속의 신화적인 이야기이면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드로잉 작업 방식과 텍스쳐 표현
보시치의 드로잉은 어딘가 모르게 색다르고 질감 표현이 눈에 띈다. 보시치는 매 주 대영박물관에 가서 하루 종일 드로잉을 하곤 한다. 박물관에 있는 다양한 고대 예술 조각들을 매개로 스케치를 한 후에 스튜디오에서 잉크와 와인을 가지고 작업을한다. 잉크와 와인을 한데 부으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마치 돌과 같은 질감을 만들어 낸다. 시간이 지나며 와인이 빛바래면서 오묘한 색감이 구현된다.
◆ 이안 로버트슨 교수의 추천사
수염을 기르고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커다란 배낭을 등에 맨 채 자전거를 타고 런던 거리를 질주하는 남자가 보인다면, 그는 아마도 칠레계 영국 예술가이자 뛰어난 이야기꾼 파토보시치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목적지는 십중팔구 국립 미술관이나 대영 박물관일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그림과 유물을 관찰하고 모사할 것이며, 아마도 대영 박물관의 문헌학자이자 아시리아학자인 어빙 핑켈(Irving Finkel)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 예술가가 흠뻑 매료된 주제 중 하나는 말(horse)이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위대한 전통의 일부이며, 조지 스텁스(Geroge Stubbs)에서 알프레드 머닝스(Alfred Munnings)에 이르는 영국 예술가들의 특별한 관심사이다.
파토 보시치는 매우 특이한 예술가이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자신의 예술에 투입하고 자연과 유럽의 고전 세계 및 샤머니즘에서 얻은 영감을 가져온다. 그의 예술은 그와 마찬가지로 꿈에 대한 친근감을 갖고 있는 독일 화가 네오 라흐(Neo Rauch)의 작품보다 더 복잡하고, 폴라 레고(Paula Rego)의 예술보다 더 미묘하다. 그의 작품 제작이나 창의성에는 어떤 정해진 목표라는 것이 없다. 그는 공간과 시간 모두에 걸쳐 능숙한 여행자이며, 과거를 마법처럼 현재에 배치하여 과거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아는 예술가이다.
◆ 작가 Talk
보시치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을 빌려 자신의 작품 세계를 안내한다. "말 또는 글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그림을 그리지 않았겠죠.(If you could explain it, why you paint it?)" 보시치는 특유의 유머러스하며 활기찬 표정과 말투로 자신의 작품은 마치 서커스와 같다고 설명한다. 말(horse)와 같은 여러가지 상징들이 자신의 캔버스 위에서 서커스처럼 이리저리 펼쳐져 무언가를 축하(celebration)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미지의 세계를 모험을 하기도 하고, 어딘가를 도망치기도 하며, 누군가를 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품은 그 자체로 자신을 투영하고 있으며, 또한 여러 고대 예술의 상징들이 결합된 샤머니즘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작품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그는 말한다.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요소가 분명 있으나, 그것을 어떻게 읽어내려갈 것인지는 보는 이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
18살에 칠레를 떠나 수많은 도시를 거쳐, 왜 런던에 정착했냐는 기자의 말에, 유럽 이 곳 저 곳을 헤매이다가 배가 난파해서 어딘가에 도착했고 정신차리고 보니 그곳이 런던이었다며 유쾌하게 답했다. 덧붙여, 작가는 런던에 아름다운 박물관과 미술관이 가득하고 깊은 역사를 지닌 이 곳에서 더없는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파토 보시치는 예술 그 자체를 사랑하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진정한 모험가로서의 깊은 탐구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 작가소개
파토 보시치(Pato Bosich, 1978~)는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칠레 출신 현대 예술가이다. 2000년 런던에 정착한 후 2004년 캠버웰 예술학교를 졸업하였으며 현재까지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생동감 넘치는 추상 풍경화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로, 18세에 칠레를 떠나 홀로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독일, 헝가리, 러시아, 영국 등을 누비며 축적된 노마드적 삶의 경험은 그의 예술 세계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 미국, 칠레, 러시아, 스웨덴,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에서 30회 이상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통해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으며, 2020년 스톡홀름 국립박물관의 '영감:상징적 작품들' 전시에 초대되어 제프 쿤스, 조지프 코수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현대 미술의 거장들과 함께 출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