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연 작가의 작업은 자아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항상 변동하는 자신의 모습 보다 외부적 환경과 일상적 삶의 모습에 초점을 둔다. 작가의 작업에 낯익은 삶의 풍경이 주로 등장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이다. 우연히 지나간 길 속 에서, 대도시 안에서 헝클어져 있는 도로 위의 복잡한 상황과 그 길을 거닐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두툼한 질감으로 캔버스 위에 표현된다.
작가는 독특한 질감을 내는 재료를 사용해 수없이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작품마다 통일된 색과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같은 작품 표면에 층층이 쌓아 올린 안료에서 작품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최종 작품을 미리 구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흥적이고 반복적으로 물감을 중첩시키며 대상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모양을 화폭에 담아낸다. 작가에게 “화면의 두터움은 작가에게 섬세한 개념들이며, 물감의 물성이 변화하면서 삶의 시간성,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는 무수한 이야기”가 된다.